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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팟타이 上 - 팁싸마이

사사로운 여행 가이드 Mauvais sang 2021. 2. 23. 21:10

한파에 추억하는 열대의 맛

날이 추우니 팟타이가 당긴다. 몸이 본능적으로 열대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이 시국을 어서 벗어나고픈 잠재된 욕구인지 알 길 없어도, 달콤하고 고소한 양념이 범벅된 면 위에 고추 식초와 피쉬소스를 뿌려 입안에 넣고 싶은 욕망이 잠들지 않는다. 평소라면 근처 상가에서 가볍게 한 접시 후딱 해치울 수도 있었을 텐데…….
후~! 불가능한 일은 불가능의 영역에 남겨 놓자. 대신 태국 여행에서 만났던 인상 깊었던 팟타이 가게에 대해 정리하고픈 욕구가 치밀었다. 그림의 떡이라 했던가? 그렇다, 이 포스팅은 그림의 팟타이다.

 

사진은 '해브어지드(HAVE A ZEED)'에서 판매하는 팟타이의 사진이다. 방콕 아속역 터미널21에 위치해 한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깔끔하고 시원한 냉방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민족주의 음식, 팟타이(PAD THAI, ผัดไทย)

팟타이가 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되어 있는데 비해 역사는 짧다. '세계 음식명 백과(신중원)'에 따르면, '팟'은 '볶다', '타이'는 '태국'을 뜻해 태국식 볶음요리라 풀이되며, 1940년대 '태국인은 태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인식이 팟타이를 대중화시켰다고 한다. 음식에 자국명을 넣은 것만 봐도 이 음식이 가진 사명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팟타이는 워낙 대중화되어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데, 노점에서 25밧(900원), 냉방이 완비된 식당에서는 200밧(7,200원)으로 확연한 가격 차이가 존재한다. 노점과 상점의 차이는 재료의 신선도, 위생 수준 정도지, 우리가 기억하는 팟타이의 맛을 배반할 정도의 편차는 없다. 예를 들자면 식당이 고명으로 올리는 새우를 더 크고 신선한 것을 쓴다는 말이다. 냉장고 등 주방시설을 완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간혹 팟타이와 팟씨유(Pad See Ew, ผัดซีอิ๊ว)를 혼동하는데, 팟타이는 가는 면을 쓰고 팟소이는 넓적한 면을 쓰기에 둘은 다른 음식이다. 팟씨유의 '씨유'는 간장을 뜻하므로 간장에 찹쌀면을 볶은 것이라 생각하면 구분이 쉽다. 아래 사진은 라바나 방콕(LAVANA BANGKOK)이란 마사지 가게에서 마사지 후 기력 보강용으로 제공된 팟씨유의 사진이다.

 

라바나는 한국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저렴한 가격 대비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폐업한 것으로 검색돼 영원히 추억의 장소로 남겨졌다. 쿠폰에 스탬프를 모으면 무료 마사지가 제공되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되어 쿠폰을 버렸다.

30분 기다림은 기본, 팁싸마이

방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팟타이 가게를 꼽으라고 한다면 통로(Thong Lor) 역 근처의 호이텃 차우래 식당(Hoi-Tod Chaw-Lae Restaurant)과 함께 팁싸마이를 들 수 있겠다. 전자는 CNN 보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세를 탔고, 100밧(3,600원) 내외의 일반적인 메뉴를 형성하고 있다.

팁싸마이는 호이텃 차우래 식당의 딱 두 배 정도 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내부가 좀 더 모던하지만 그렇다고 호사스런 정도는 아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수준이고, 냉방시설이 가동되는 식탁에 앉으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16년도 첫 방문 때에 퇴근 후 식사하려는 방콕 시민들 덕에 30분 이상 기다려 팟타이를 영접할 수 있었다. 주말의 늦은 밤이라 평소보다 대기자가 더 많았던 것으로 추측한다. 이후 저녁 즈음에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태국의 거리는 밤에 깨어난다. 일년 내내 높은 기온 때문에 퇴근 후 가정에서 취사하지 않고 외식을 즐기는 시민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팁싸마이 방문 당일 식사를 마치고 나온 마하 차이(Maha Chai)가에는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 가게 외에도 옆에 늘어선 노점과 식당에도 많은 이들이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툭툭과 택시,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는 길가 옆에서 태연하게 식사하는 이들의 화평한 표정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우리라면 어땠을까?

체험하는 맛

워낙 대기자로 붐비는 탓도 있지만 가게 앞에 커다란 웍을 내어놓고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재료를 소분해 접시에 담아주는 사람, 면을 볶는 사람, 그 위에 달걀을 튀기듯 덮어주는 사람 등 체계적으로 분업화된 노동의 현장은 충분히 눈요기가 되었다. '체험 팟타이의 현장!'을 직관하며, 저 음식들이 곧 내 입으로 직행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고소한 기름과 달걀 냄새로 급격히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① 팁싸마이 전경이다. 네온간판은 시시각각 색을 바꾼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뒤엉켜 정신 사납지만 은근히 친근한 공기가 느껴진다.
② 주문이 들어오면 접시에 재료를 담아 구분해 둔다. 이를 조리사에게 전달하는 것도 분업화되어 있다.
③ 달걀 작업을 하시는 분이다. 화롯불에서 작업한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엔 어떤 식으로 영업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④ 면 볶는 분과 달걀 튀기는 분의 투샷이다.

조리대를 지나 입구까지 가야 식탁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냉방이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냉방석은 성인 1인당 10밧(아이는 5밧)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왕이면 시원한 곳에서 식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관광객의 특성 아닐까?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냉방석을 선택하는 분위기였다.

특이하게도 가게 입구 커다란 아이스박스엔 병입 오렌지 주스가 가득 담겨 있다. 1개 85밧(3,000원), 2개 160밧(5,800원)으로 웬만한 팟타이 한 접시 값과 맞먹지만,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착즙 주스로 그 맛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깔끔하게 상큼하고 달달하다. (이후 나는 다른 오렌지 주스는 아예 마시지 않게 되었다.)

테이블에 앉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마치 체험처럼 느껴졌다, 이 식당의 조리법을 지켜보고, 운영방침을 몸소 느껴야 비로소 시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니!

 

① 인공 감미료와 첨가제가 들어 있지 않은 100% 천연 주스라 건강에도 좋다. 주스는 구입한 당일에 마셔야 한다는 스티커도 붙어 있어 더 신뢰가 간다. 몸에 좋은 음식이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② 가게 입구에 세워놓은 입간판이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는 더 값을 지불해야 한다. 어찌 보면 꽤 합리적인 생각이다.
③ 불교 국가답게 내부에 불상을 모셨다. 특히 이 가게는 다른 곳보다 훨씬 큰 불상을 모셨다. 작은 호텔의 로비에 계실 법한 부처님이었다. 어쨌거나 손님들이 식사하는 동안 부처님께서 굽어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다.
④ 내부 인테리어는 꽤 모던한 편이다. 주인장을 형상화한 브랜드 로고부터 메뉴, 각종 잡지에 소개된 이력, 여행 단체로부터 수상한 상패까지 질서 정연하게 붙여 놓았다.

정갈한 한 접시

자리에 앉아 주문을 위해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고명에 따라 메뉴를 구분하고 있었다. 기본 메뉴와 채식 메뉴가 있고, 새우의 크기를 구분해 슈림프와 프론(슈림프보다 큰 새우)이 얹어진 메뉴도 있다. 가장 고가의 메뉴는 게살을 고명으로 얹은 것이다. 메뉴판 막장에는 잊지 않고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에 소개된 기사를 갈무리해 뒀다. 기사 제목이 '세계 최고의 패스트푸드(The best fast food in the world)'고, 체코, 밴쿠버, 브루클린 등지에서 세비체, 피자, 킹크랩 식당 등을 선정했으며 팁싸마이의 팟타이는 는 면요리 부문에서 선정되었다는 내용이다.

 

바쁜 현대에 패스트푸드가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평하기에도 멋쩍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니, 게다가 200밧이 넘는 가격 때문이라도 이 가게와 어울리지 않는 기사 같아 조금 우스웠다.

슈림프와 프론 두 접시를 주문했다. 태국 음식 특유의 적은 양 때문에 동시에 나오면 좋은데 시차를 두고 나오는 통에 음식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진 찍기 힘들었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 두 번째 접시는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우 기름을 써서 그런지 면에 고르게 밴 선홍색의 양념이 꽤 중독성이 있고 면 자체가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얇게 부쳐진 달걀은 쫄깃한데도 폭신한 식감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역시나 비싼만큼 재료는 신선했다.

테이블 회전율 제고에 기여할 기세로, 대기 시간의 3분의 1도 안 되는 찰나에 두 접시를 먹어치웠다. 맛있었다. 공복에 마사지를 받는 게 효과에 좋다는 신념에 마사지를 끝낸 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카오산 로드부터 걸어와서 그런 건가? 어쨌든, 맛있었다. 위에 언급한 대로 팟타이 맛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세계 최고의 팟타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팟타이와 관련된 가장 유쾌하고 즐거운 체험이었기에 팁싸마이는 내게 최고로 특별했다.

<下편에서 계속>

그림의 팟타이 下 보러 가기

그림의 팟타이 下 - 호이텃 차우래

 

그림의 팟타이 下 - 호이텃 차우래

한파에 추억하는 열대의 맛 날이 추우니 팟타이가 당긴다. 몸이 본능적으로 열대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이 시국을 어서 벗어나고픈 잠재된 욕구인지 알 길 없어도, 달콤하고 고소한 양념이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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