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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urism

나주곰탕하얀집 - 한 세기를 지켜낸 맛이란?

사사로운 여행 가이드 Mauvais sang 2021. 2. 25. 14:12

나주3대 맛거리

나주여행의 3대 진미로 영산포의 홍어와, 구진포의 장어, 나주곰탕을 꼽을 수 있겠다. 당연히 나주배도 훌륭하지만 조리음식은 아니니까 잠시 제외하자.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나주시청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물론 나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맛의 거리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다.

여행을 계획할 때 해당 지역의 행정 단위(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길지 않은 여행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장소에 대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추천한 장소가 명소일 경우가 태반이니까. 게다가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곳이 접근성, 편의성 면에서 우월하다.

 

곰탕 vs. 설렁탕

탕을 선호하지 않는 식성 때문에 설렁탕조차 즐기지 않는 편인데, 관훈동에 문을 연 '나주향교곰탕'은 취향에 변화를 가져다줬다. 국물이 맑고 내장과 부속고기 없이 깔끔하게 우려낸 한 그릇이 꽤 감동적이었다. 설렁탕의 뽀얀 국물, '분유게이트' 정도로 일갈할 수 있는 폭로성 보도에 수십 년간 지쳐 온 내게 맑은 국물은 가히 혁명이었다. 나이든 탓도 있겠지만, 수육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있겠나 싶다.

 

관훈동에 위치한 나주향교곰탕 음식 사진이다. 인사동 거리라 말하면 더욱 이해가 잘 되지만, 행정구역상 관훈동에 위치한 '나주향교곰탕'의 음식 사진이다. 외관상 나주곰탕하얀집과 별반 차이 없어 보이지만, 두 가게의 음식은 별개의 요리다. 내게는 이쪽도 꽤 괜찮았다.

농촌친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발간한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2010)'에 따르면 "20년 전에 나주의 5일장에서 상인과 서민들을 위한 국밥 요리가 등장"했고 이것이 나주곰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전의 발행 연도가 2010년이니 대략 3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지닌 음식이다.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의 곰탕과 다르게 국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다."는 설명도 꽤 흥미롭다.

곰탕 하면 나주, 나주곰탕 하면 나주곰탕하얀집

나주에서 나주곰탕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나주곰탕거리에 늘어선 노포 중 한 곳을 콕 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에 한 끼니만 가능하니까 꽤 신중을 기해야 하고, 단 한 번의 선택이 장차 나주곰탕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니 더욱 신경써야만 한다. 주로 취향이 비슷한 지인에게 수소문하는 편인데,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도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일단 사람이 몰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나주곰탕하얀집'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다.

 

 

위 사진은 나주곰탕하얀집이 공사하기 전 외관으로 나주시청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해왔다. 아래 사진은 보수공사를 마친 현재의 곰탕집 외관이다.

나주곰탕거리의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나주곰탕하얀집'은 일단 입지가 훌륭하다. 공영주차장과 가깝고, 나주 관광의 출발점인 '금성관', '나주목문화관', '관광안내소'로부터 최단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물론 양 옆 가게도 몇 걸음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확실히 도로의 끝이라 눈에 더 잘 띄는 측면이 강하다.

하얗게 꾸민 외관은 깔끔했는데 근래에 개선 공사를 거친 모양이다. 나주시청에 공개된 가게 사진과 달라 살짝 혼동됐다. 길쭉한 복도를 기준으로 왼쪽에 탕을 준비하는 주방이 있고, 이를 지나 안 쪽으로 홀이 보인다. 특출날 것 없는 일반적인 식당인데 '백종원의 3대천왕'과 '한국인의 밥상'에도 출연했단다. 게다가 1910년에 개업해 100년을 훌쩍 넘긴 식당이라니! 그릇도 받기 전에 기대감이 충만해지는 순간이다.

한 세기를 지켜낸 맛!

삽시간에 상이 차려진다. 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머릿고기가 전부다. 김치는 맨입에 먹기에 꽤 짜고 젓갈 향이 심한 편이었다. 머릿고기는 처음 접하는 음식이라 생소했지만 투명하고 깨끗하게 삶아내 쫄깃하고 고소했다.

 

지금껏 먹어봤던 머릿고기와는 다른 맛이다. 깨끗하게 삶아내 투명해 보인다.

드디어 곰탕이 식탁에 도착했다. 밥은 탕기에 말아 나온다. 얇게 부쳐 썰어낸 노란 달걀지단과 고춧가루, 깨, 생파가 고명으로 올려졌다. 나주곰탕의 명성답게 국물을 장국처럼 맑게 우렸다.

한껏 부푼 기대와 함께 첫술을 떴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심심했다. 맛있는데 특별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맛없는 것은 아니니까, 애초의 기대를 잊은 채 식사를 이어갔다. 김치도 먹고, 머릿고기도 곁들이고…….

 

별거 없이 후딱 차려낸 한상이다. 얇게 썬 달걀 노른자 고명과 깨소금이 소박하지만 정갈해 보인다. 접시 옆으로 주문서가 보인다. 단촐한 메뉴의 구성에 왠지 믿음이 간다.

역시나 조급함은 금물! 아직 반전이 남아있었다. 국물을 들이켤수록 감칠맛이 올라왔다. 소고기의 달고 고소한 맛이 묘하게 중독성이 강해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풍미를 살려낸다. 김치도 탕과 함께 먹을 때 맛이 더욱 풍부해졌는데, 전혀 짜거나 비리지 않고 탕의 맛을 환기시켜 고소함을 배가해 줬다.

거창하지 않고 솔직한 맛

"아, 이래서 맛집이구나!"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그런 맛이었다. 역시나 한 세기 이상을 지켜낸 맛은 꼼수가 통하지 않는 진실함이 있었다. 소문대로 나주곰탕하얀집의 맛은 만족스러웠다. 나의 첫 나주곰탕인 '나주향교곰탕'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지만, 아마도 타 지역의 곰탕을 평가할 때에도 난 '나주곰탕하얀집'의 맛을 기준으로 삼을 것 같다.

천년고도 나주여행

앞서 언급했듯 나주곰탕하얀집은 나주 관광을 시작할 때 좋은 위치다. 식사를 마치고 포만감을 떨치고 싶다면 주변 관광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 우선 가게 바로 앞에 위치한 '금성관'이나 '목문화박물관'에서 시작해 '나주읍성 고샅길' 산책을 추천한다.

금성관은 주변에 고층건물 없이 잘 보존된 덕에 카메라에 담으면 잡지 화보가 되어버린다. 좁은 골목과 천변의 수수한 풍경을 담은 고샅길도 멋스럽다. 이를 따라 나주읍성의 역사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꽤 훌륭한 선택 이리라. 고샅길에 대한 글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라.

끝.

 

나주읍성 고샅길 - 야간산책

 

나주읍성 고샅길 - 야간산책

초행길, 나주 나주행은 갑작스레 결정되었다. 지인이 나주에 볼일이 있어 KTX를 예약했다기에, "대중교통보다는 자차 운행이 안전하지 않겠느냐?"며 제안해 버린 것이다. 그때까지 나주가 서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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