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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④ 타워 브리지 > 런던 타워

사사로운 여행 가이드 Mauvais sang 2021. 2. 28. 22:54
지난 이야기
히스로 공항의 쇠락한 분위기 탓에 첫인상이 좋지 않은 런던이었지만, 숙소가 세인트 제임스 파크(St James's Park) 근처라 부근의 명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빅 벤(Big Ben) 등을 방문하기에 편했다. 2층 버스를 활용한 시티 투어 프로그램으로 런던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후 취향에 맞는 지역을 선택해 여행했는데, 웨스트엔드의 골목들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즐기던 차에 차이나타운에서 예상치 못한 춘절의 분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설 명절을 피해 당도한 런던에서 춘절을 마주할 줄이야!

런던 강남 풍경

타워 브릿지(Tower Bridge) 부근을 자주 배회했다. 웨스터민스터 시티(Westminster City)와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타워 햄리츠(Tower Hamelts) 런던 자치구, 즉 강남보다 강북을 중심으로 동선을 짠 이유일 테다.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을 언급할 때마다 머리에 쥐가 나는데, 행정구역상 런던의 공식 명칭이 'Greater London'이고 그 하위에 시티 오브 런던이란 시(市)가 있기 때문이다. '더 큰' 혹은 '더 위대한' 런던은 우리의 시(市)의 개념보다 주(州)의 개념에 가깝고 33개의 자치구로 이뤄져 있다. 대런던이란 주의 수도가 시티 오브 런던이라 생각하면 편하겠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테지?

타워 브릿지는 시티 오브 런던과 맞닿아 있는 타워 햄리츠(Tower Hamlets) 런던 자치구에 속해있다. 다리 전체의 풍경을 조망하기에도 좋지만 강 건너편에 모어 런던(More London) 지구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맨 왼쪽에 스쿱(The Scoop)이라 불리는 원형 건물인 런던 시청이 보이고, 그 옆으로 더 샤드(The Shard)라는 87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이 보인다. 그 옆으로 중앙에 나란히 서 있는 3동의 건물이 보이는데 이는 모어 런던(More London) 1과 2이다. 위 사진은 타워 브릿지에서 찍었다.

모어 런던(More London) 지구는 런던 브릿지 시티(London Bridge City)의 일부로 쿠웨이트 국부 펀드가 소유하고 있다. 총 8개의 모어 런던 빌딩이 있고, 13개 이상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런던 브릿지 시티는 런던 브릿지 역(London Bridge Station) 앞에 넓게 군을 이뤄 형성되어 있는데, 런던 시청 또한 모어 런던에 입주한 기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오일 머니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사진상으로 87층의 초고층 빌딩인 더 샤드가 같은 구역인 것처럼 보이지만 역 뒤 편에 위치하고 있어 런던 브릿지 시티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어 런던이 속한 런던 브릿지 시티를 바라보며 모 전 서울시장을 떠올렸다. 화려한 건축물로 강변을 꾸며 다시 한 번 런던의 부활을 노린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구호 아닌가? 개발 완료 시기는 런던 브릿지 시티가 앞서니 이를 '한강 르네상스'로 베껴 온 것은 모 전 서울시장이리라. '쯧! 개성 없는 작명하곤…….' 위 사진은 크루즈 선상에서 찍었다.

런던의 상징, 타워 브릿지

런던 타워( London Tower) 근처에 위치해 타워 브릿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니 런던 타워가 가진 지역 내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으나 밋밋한 타워보다는 이쪽이 훨씬 매력이 넘친다. 두 탑을 지지하고 있는 완만하게 굽힌 금속 케이블과, 탑 사이를 잇는 도개교(跳開橋), 그 위로 수평을 이룬 고층의 인도교는 곡선과 직선의 긴장관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워 브릿지를 바라볼 때 얻는 경외감은 둔한 몸집의 두 탑에 비해 가늘게 이어진 직선과 곡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긴장의 국면은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최고조에 달한다. 하부의 다리가 반으로 쪼개져 모양을 잃는 순간, 케이블에서 시작돼 인도교로 이어진 선 하나가 균형을 이뤄 무게를 지탱해내고 있다는 자각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Tower Bridge,London Getting Opened 5
아마도 런던의 타워 브릿지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개교 중 하나일 텐데, 우리나라 부산에서 2013년 11월 27일 영도대교가 도개교로 복원되어 개통되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도개교다. 도개교(跳開橋)는 한자의 뜻 그대로 '들어올려 여는 방식의 다리'를 말한다. 
타워 브릿지는 도개교이자 현수교(懸垂橋)이기도 한데, 기둥에 케이블을 연결해 다리를 지탱하는 기법이다. 금문교(金門橋)라 알려진 샌프란시스코(San Fransisco)의 골든게이트 브릿지(Golden Gate Bridge)가 대표적인 현수교다. 역시 우리나라는 부산에 광안대교라는 훌륭한 현수교를 보유하고 있다.(사진 : Mvkulkarni23,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타워 브릿지만큼 강한 인상을 가진 런던의 명소는 런던아이(Lastminute.com London Eye)와 빅벤(Big Ben) 정도일 것 같은데, 타워 브릿지는 좀 더 입체적인 체험이 가능해 다른 곳에 비해 인파가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부의 도개교를 거닐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부의 인도교도 걸어볼 수 있고, 도개교의 엔진룸을 직접 볼 수 있다. 물론 성인 기준으로 1인당 10.6파운드(약 17,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비용 대비 꽤 이득인 게 총 5개로 나뉜 구역(① 북쪽 탑 ⇒ ② 상부 인도교 ⇒ ③  남쪽 탑 ⇒ ④ 블루 라인; 타워 브릿지에 공헌한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길 ⇒ ⑤ 엔진룸)의 관람을 마치면 역사의 일부분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드니 말이다.

 

타워 브릿지의 첫 번째 관문인 북쪽 탑이 보인다.

내 생애 몇 번에 지나지 않을 장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방문 전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도개교의 개방 일정을 숙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식 홈페이지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해질녁 크루즈 선상에서 바라본 타워 브릿지는 잊기 힘든 장관을 연출했다. 

런던 타워, 기대는 금물

Tower of London (Foto Hilarmont)
관광객들이 런던 타워에 기대하는 광경은 대부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은 부감 사진에서 비롯되지만, 실제 런던 타워에 입장해 이런 장면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성벽에 둘러싸인 구조 덕에 개방감은 외부로 향할 때에만 느낄 수 있었다. (사진 : © Hilarmont (Kempten), CC BY-SA 3.0 DE, via Wikimedia Commons)

런던 타워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지어진 군사 건축의 일종이라 화려한 건축양식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고 만다. 역사적으로도 요새, 감옥, 창고, 궁정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 이유가 실용성에 우선적인 가치를 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멋없게 쌓아 올린 성벽만 보더라도 기대 할리 없을 법도 하지만…….

 

상술한 바와 같이 런던 타워 안에서 볼 수 있는 내부의 광경은 답답하기만 하다.
반면 시선을 외부로 돌리면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왼쪽으로 트리니티 스퀘어 가든(Trinity Square Gardens)와 포 시즌스 호텔(Four Seasons Hotel), 그 옆으로 나선 무늬의 원뿔 형태인 30 세인트 메리 액스(30 St Mary Axe)가 보인다.

더욱이 방문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낙담할 확률이 더 높다. 왕관만 구경하고 돌아가기에 4만 원 남짓인 25파운드가 적은 금액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경이 쉬운 편도 아니다. 평일 오전에 방문했을 때 학생들의 단체관람과 그룹 여행객들로 붐벼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다. 당시 1차 세계대전과 런던 타워의 역사에 대해 기획전시회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소란스러운 통에 조급하게 관람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사진 촬영도 마찬가지다. 일면식이 없는 이와 함께 찍히고 싶다면 모를까 어디에 렌즈를 내밀더라도 반드시 누군가가 프레임 안에 등장하게 되어 있다.

런던 타워, 과연 탑(塔)인가?

런던 타워를 관람하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은 과연 이 역사 유적을 탑이라 번역해야만 하느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매체들이 이를 런던탑이라 번역하고 있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도 동일하게 표기하고 있는데 과연 합당한 번역일까?

탑이라 직역하기에 런던 타워는 요새에 가까웠다. 왕권을 상징하는 화이트 타워(White Tower)부터 규모를 증식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는 배경지식 없이 이 유적 전체를 탑으로 치환해 버리기에는 '맥락 없이 언어의 등가교환에 매달리는 직역'인 것 같아 비위가 틀렸다.

나를 살린, 브리티쉬 불독

그렇게 인파에 떠밀려, 혹은 사람들을 피해 급하게 관람을 마친 런던 타워의 인상은 실망 쪽에 더 가까웠다. 기똥차게 시작했던 런던 여행이 종국에 런던 타워를 만나 피격당한 꼴이었다.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고 청청(靑)했던 날씨마저도 꾸물거리며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을 저주하는 듯했다, 기념품 가게에 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관광객 행세하며 기념품을 고르는 일을 즐기기도 하지만, 런던 타워와 타워 브릿지의 기념품 가게는 온통 예쁜 것들 천지라 방금 전까지 침울했던 나를 잊기에 딱 알맞은 장소였다. 런던을 상징하는 이층버스(Double Decked)와 해크니(Hackeny)라 불리는 검은 택시, 빨간 전화기 부스, 근위병을 비롯해 런던 아이(London Eye), 빅벤(Big Ben), 타워 브릿지 등 명소를 각인한 여러 가지 기념품이 나를 반겼다. 머그컵, 가방, 컵받침 등 종류도 많아 한참을 행복하게 고민하다 난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Union Jack) 무늬의 영국 불독(British Bulldog) 한 마리를 골랐다. 4만 원 정도인 25파운드를 냈다. 타워 입장료와 동일한 가격이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시 타워 근처에 올 일이 생긴다면 고민하지 않고 기념품 가게에만 들릴 것이란 확신에 가득 차 난 계산대에서 카드를 긁었다.

 

"나를 데려가지 않으면 후회할 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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