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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② 런던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사사로운 여행 가이드 Mauvais sang 2021. 2. 24. 09:55
지난 이야기
2015년 2월, 히스로공항의 낙후된 제4터미널을 이용해 호텔에 저녁 늦게 당도했다. 기대에 부푼 나머지 짐만 풀어 놓고 거리로 뛰쳐나가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빅 벤(Big Ben)을 둘러보며 정치 1번지이자 영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웨스트민스터에 대해 생각해 봤다. 잠시 허기를 느껴 저녁식사를 고민하던 중 템즈강 건너 붉을 밝힌 런던 아이(London Eye)에 이끌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사진은 베이커 가(Baker Street) 역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공공 미술의 일부다. 셜록 홈즈 보유국답다.

간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시한부 인생처럼 런던 시내를 활보한 것치곤 일찍이 눈을 떴다. 호텔 옆 건물에 코스타 커피(Costa Coffee) 매장이 문을 열었기에 커피를 샀다. 호텔 조식은 '아직'이었고, 높은 기압에서 추출한 뜨거운 커피가 간절했다. 포장만 가능한 매장이었는데 새벽 6시 30분에 가게문을 연다는 게 신기했다.

거리에 회사원으로 보이는 몇몇이 포장한 커피를 들고 조급하게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왠지 유쾌해졌다. '남은 출근하는 시간에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다니……. 게다가 한국은 설 연휴라 복닥거릴 텐데!' 손 데지 말라고 발포 처리한 컵 표면이 까슬까슬 하니 기분이 좋았다.

런던을 즐기는 방법, 도보

숙소 옆에 세인트 제임스 공원(St James's Park)이 위치해 도보 관광이 수월했다. 버킹엄궁전(Buckingham Palace)과 홀스갈즈(Horse Guards)는 지척이고, 공원을 통과하면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까지 20분 남짓이면 당도할 수 있었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은 17세기부터 일반에게 공개된 왕립 공원이다. 05시부터 24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공원 중앙에 작은 호수가 있다. 위의 사진은 버킹엄 궁전 방향 호수에서 홀스 갈즈 쪽으로 바라본 광경이다. 뒤로 런던아이도 보인다. (사진 : Colin / Wikimedia Commons)

거리, 공원과 궁, 지하철역, 건물, 극장 등 죄다 세인트 제임스란 이름을 쓰고 있어 지역명의 유래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성인(聖人)'을 뜻하는 'St(saint)'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를 지칭하는 'James'를 합친 이름이라…….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작은 야고보(St James the Less)는 죽어가는 사람, 약물중독자의 수호 성인이다. 조금 알아보니 세인트 제임스 궁(St James's Palace)이 작은 야고보에게 바쳐진 한센병 병원 자리에 세워졌다고 한다. 정리하면, 헨리 8세가 1531년에 세인트 제임스라 불리던 병원 터에 궁을 지어 현재까지 지역명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걷다 보면  동문 앞에 홀스 갈즈(Horse Guards)가 나타난다. '기마 근위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홀스 갈즈는 영국군 부대의 이름이자 건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건물 앞 너른 광장을 홀스 갈즈 퍼레이드(Horse Guards Parade)라 부르는데 국왕의 생일에 기마부대의 열병식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역시나 건물 너머로 런던아이(London Eye)가 보인다.

공원을 기준으로 서쪽 끝에는 버킹엄 궁전이 위치한다. 버킹엄 궁전 앞에서 열리는 근위병 교대식은 언제나 인기여서 일찍 자리를 맡지 않으면 몰려든 인파로 제대로 된 구경이 어렵다. 좋은 망원 렌즈를 가지고 있다면 휴대용 사다리를 지참하거나 빅토리아 기념비(Victoria Memorial) 계단참에서 부각(俯角)으로 촬영하면 되겠다. 망원 렌즈를 챙기지 않은 나는 근위병을 찍지 못했다.

근위병 교대식 없는 버킹엄 궁전은 그저 밋밋해 매력이 떨어진다. 여왕폐하의 초대를 받아 입성한다면 모를까! 오히려 궁전 앞에 기세등등하게 세워진 빅토리아 기념비에 눈이 간다.

 

버킹엄 궁전 안 쪽에서 빅토리아 기념비를 바라본 장면이다. 빅토리아 여신 밑으로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여인의 모습으로 '모성(Motherhood)'을 형상화 했다.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사진 : Sergeant Rupert Frere RLC/MOD, OGL v1.0, via Wikimedia Commons)

빅토리아 기념비는 대영제국의 황금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을 기념하는 비로 1911년에 제작을 마쳤다. 비용은 영국 국민을 비롯해 대영제국의 부속 국가는 물론이고 식민지로부터 모금해 충당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그렇다손 쳐도 서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이 공물을 바쳐 모금에 참여했다는 역사를 알고 나면 씁쓸하기도 하다. 찬란한 금빛의 이면에 침략과 착취를 동력으로 삼았던 식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니……. 

 

탑의 꼭대기에 고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서있고, 그 밑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좌상이 놓여있다. 여왕의 등 뒤쪽으로 '모성(Motherhood)', 여왕의 오른쪽으로 '정의(Justice)', 왼쪽으로 '진실(Truth)'을 형상화해 조각했다. 위의 사진에서는 빅토리아 여신 밑으로 왼쪽에 '모성', 가운데 '진실', 오른쪽에 빅토리아 여왕의 왼쪽 형상이 보인다.

런던을 즐기는 방법, 지하철

런던의 교통수단이라면 으레 2층 버스(Double Decker), 검은 택시(Hackney carriage 또는 Black Cap)를 떠올리는데,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철도의 나라란 점을 간과한다.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또는 터널 모양에서 비롯돼 튜브(Tube)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역이 비슷한 모양이다. 1863년에 영업을 시작한 역사치곤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파리(Paris)보다 쾌적했다.

열차의 내부가 매우 비좁아 불편했는데, 오래 전에 굴착한 탓에 차량의 크기를 부풀리는 데 한계가 있는 듯하다. 여타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교통카드인 오이스터(Oyster)를 발급받아 충전하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에 편리하다.

런던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은 지하철, 버스, 크루즈 등 교통수단의 로고가 원형 무늬(Roundel)로 통일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시인성도 좋고, 교통수단에 따라 다른 색을 활용해 구분이 쉬운 것도 매력적이다.

 

옥스포드 서커스(Oxford Circus) 지하철역 표지다.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버스정류장 표지다. 투어버스는 이 근처 할인권 판매처에서 구입 후 탑승이 가능했다.
리버 서비스(River Services)는 템즈강에서 여객 수송, 레저 관광 등을 담당한다. 1900년대 이전에 배를 이용한 수송은 보편적이었지만 내연기관의 발달로 교량과 터널이 증가해 자취를 감췄다가, 1997년 템즈강 재생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배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가 재개되었다.

런던을 즐기는 방법, 버스

런던을 체계적으로 조망하는 데에는 시티 투어(City Tour) 버스만한 게 없다. 오이스터 카드로 이용할 수 없고 별도로 탑승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웬만한 명소를 두루 돌아다니며 내 취향에 맞는 장소를 골라 따로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나 역시 버스 투어 후 템즈강 북쪽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수정했다.

2층 버스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피부에 맞닿는 공기도 여행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다른 탑승객들과 훈훈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물론 대화에 치중하다 보면 좋은 풍경을 놓칠 수 있다.

 

런던아이는 '밀레니엄 휠(Millennium Wheel)'이라고도 부르는데 새로운 밀레니엄(2000년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이 제작했다. 당초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소재 자치구인 램버스(Lambeth)에서 운행 연장을 요청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의 정식 명칭은 운영권을 인수한 회사의 이름을 앞에 붙여 'Lastminute.com London Eye'로 바뀌었다.
위 사진은 버스 투어 당시 2층에서 촬영했다. 좀 더 개방감 있는 풍경을 선사한다.

런던을 즐기는 방법, 크루즈

크루즈를 이용하면 좀 더 감성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런던을 관조하는 가장 운치 있는 방법이랄까? 해질녘 수면 위로 떠오른 런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자족감을 느끼기에 손색없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런던아이는 또 다른 정서를 자아낸다.
일몰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런던브릿지(London Bridge)의 모습이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