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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Korea/서울

인사동, 인사동길

사사로운 여행 가이드 Mauvais sang 2021. 3. 7. 16:22

인사동 입구

흔히 인사동 입구로 알려진 북인사마당의 한쪽에는 '붓(筆)'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7m 높이의 붓이 원을 그리고 있는 본 작은 '일획(一劃)을 긋다'라는 작품으로 윤영석 작가의 작품이다. 조선시대 도화서를 비롯한 여러 관청이 설치되어 있던 곳, 일본강점기 몰락한 양반들의 유산이 팔려나갔던 곳,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화랑이 밀집된 곳……. 저 커다란 붓 한 필이 인사동의 역사를 압축해 담아내며 행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일획을 긋다'는 서울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하나로 2007년 12월에 설치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서울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란 구호 아래 '서울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한다는 논리'를 구현하는 '디자인 서울'의 여러 사업 중 하나였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 자연·문화·디자인을 원천으로 도시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본 전략은 통일된 체계 아래 도시경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도시를 브랜드화한다는 개념이 당시에는 낯설었지만, 서울시가 2007년 10월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로부터 세계디자인수도(WDC)로 발탁되며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시정에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첫 사례로 당시의 서울시장은 오세훈이다.

인사동, 이름의 유래

서울지명사전(2009.02.13., 서울역사편찬원)에 따르면 법정동인 '인사동(仁寺洞)'의 이름은 관인방(寬仁坊)에서 ‘인(仁)’자를 따고, 대사동(大寺洞)에서 ‘사(寺)’자를 따와 합성한 데서 유래되었다. 1914년 이후의 일이다.

한양으로 천도한 조선왕조는 한양을 한성부로 개칭해 동부·서부·남부·북부·중부, 총 5개의 행정구역으로 구획했다. 이는 다시 52방으로 나뉘었는데, 관인방은 중부에 속한 8개의 방 중 하나다. 중부는 한성부의 맨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고, 관할지역이 모두 도성의 안쪽에 있었던 한성부의 심장부였다.

대사동은 관인방에 속한 말단 행정구역 중 하나로 탑사동(塔寺洞) 또는 사동이라 불렸다. 지금의 탑골공원 자리에 과거에는 원각사()라는 큰절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탑골공원의 상징인 탑의 이름이 원각사지 십층석탑(圓覺寺址十層石塔 )인 연유다. 탑골공원은 서울 최초의 근대식 공원으로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원각사의 터다. 지금은 탑골공원이라 불리는 이곳에 절은 온데간데없고 석탑만 남았다. 억불정책을 피던 연산군이 전국에서 뽑은 기생들의 숙소로 원각사를 쓰게 한 후 절은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사진은 원각사지 십층석탑의 관리·보호를 위해 유리로 보호막을 설치한 모습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띄엄띄엄 의자를 놓은 모습도 보인다.

 

이름의 유래만 보더라도 인사동은 역사와 함께해 온 유서 깊은 곳이다. 비록 지금은 강북을 대표하는 소비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한 듯하지만 인사동을 '쇼핑'이란 한 마디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인사동길 좌우로 퍼져나간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해방 이후 외국인들이 '매니스 앨리(Many's Alley)'라 불렀던 이유를 체감하게 된다.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들, 전통찻집, 골동품 가게, 주점, 화랑, 필방, 지방 등 한 카테고리로 묶어 내기에 인사동은 '매니 매니'한 얼굴을 지녔다.

 

과거에 인사동은 주말에 여는 가게가 없을 정도로 한산했고 화랑이 전시를 시작하는 화·수요일에만 문화예술계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1997년 '차 없는 거리'로 인사동길이 지정되며 문화예술계 인사 외에 일반 방문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관광수요가 증대하자 서울시는 2000년 10월 14일에 인사동길 역사문화탐방로를 준공했는데 점토벽돌로 도로 표면을 포장하고 돌벤치와 함께 돌로 만든 물길을 조성해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표면의 점토벽돌이 보행에 불편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어 2009년 현재의 마천석으로 변경했고, 2014년 '보행자 우선도로'로 선정된 이후 꾸준히 유지·정비되고 있다.

인사동3길의 위기

그중 가장 애정하는 길이 인사동3길이다. 다른 골목에 비해 더 좁고, 꾸불꾸불하지만 인사동이 가진 복합적인 면모를 잘 드러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각양각색, 들쭉날쭉한 조형미는 사연을 숨긴 낭인처럼 곧 다채로운 이야기를 쏟아낼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얕은 건물들의 지붕 위로 복잡하게 엉킨 전선을 뚫고 첨단의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엔 구시가지의 위기가 엿보인다. 극단적인 고저의 차는 어느새 개발과 낙후,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을 구분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어느샌가 인사동3길에 들어서면 대형 건축물인 센트로폴리스(Centropolis)가 행인을 맞이한다.

 

확실히 센트로폴리스(Centropolis)라는 대형 건축물이 종로타워 옆에 신축되며 골목 끄트머리의 풍경은 그 이전과 달라졌다. 마치 봉건영주와 농노의 관계처럼 인사동3길이 고층빌딩에 부속되어 버린 기분이다. 더군다나 2013년부터 35년 만에 개발행위가 일부 재개된 이후 인사동 여기저기서 증축과 개축으로 건물들의 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현재의 인사동3길의 모습도 언젠가는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이 지역이 전면 철거가 불가능하고 4층 이상의 층높이는 허가 대상이 아니니 그나마 숨통을 죄는 빌딩숲이 들어설 가능성은 적지만……. 별개로 주변에 종로타워나 센트로폴리스처럼 고층의 대형 건축물이 줄줄이 들어서 병풍을 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했던 야구장 옆 터에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대단위의 건축물이 들어설 모양이다. 인사동길이 4층 이하의 건축 규제를 유지하더라도 주변을 고층의 건축물로 채우면 결국 인사동은 현재의 여유로운 정서를 잃게 될 것이다.

숨겨진 표정, 서울 중심점 표지석

인사동3길 입구에서 남산 방향으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숭동교회를 볼 수 있다. 이 곳은 3·1 운동 유적지로 서울의 학생 대표들이 모여 독립만세운동을 준비했던 곳이다. 이처럼 인사동은 긴 시간 동안 감내한 역사적 순간들을 표식으로 지니고 있다. 이완용의 별장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던 곳인 태화관터, 자주독립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자결하신 민영환 선생의 자결 터, 그리고 서울 중심점 표지석이 있다.

 

사진 :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kr)

서울 중심점 표지석은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지로 삼고 천도하면서 수도의 중심을 잡아 지표석을 세운 자리에 고종황제가 건양 원년(1896)에 '이곳이 수도의 한복판'임을 널리 알리려 세워졌다. 실제 위치는 하나로빌딩 바깥 서쪽 화단이지만 현재는 빌딩 내부 로비에 유리곽을 씌워 보존되고 있고, 불행 중 다행으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표지석을 보기 위해 하나로빌딩 내부까지 발걸음 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건물 밖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표지석을 보기 위해 주차장을 가로질러 통창 앞에 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표정을 숨기고 살아온 사람처럼 그렇게 서울의 중심점, 인사동은 가려졌다. '매니 매니'한 얼굴 중 진심은 숨겨졌다.

 

 

비단 인사동뿐 아니라 종로 일대에 비석만 남아 터를 기리고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역사에 비해 자기 주도권이 강한 자본이 벌인 참사일 테다. 앞으로 인사동길 주변이 보존되고 특화되는 데에 비례해 그 경계 역시 개발과 확장을 거듭할 게 분명하다.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면 적어도 인사동이 지닌 원래의 표정을, 역사를 드러내는 데에도 진력하기를 소망한다. 그게 서울시든 서울시장이든 그 누구든 말이다.

끝.

 

참고사이트 : 문화지구 인사동

 

문화지구 인사동

 

www.hiin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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