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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팟타이 下 - 호이텃 차우래

사사로운 여행 가이드 Mauvais sang 2021. 2. 23. 21:47

한파에 추억하는 열대의 맛

날이 추우니 팟타이가 당긴다. 몸이 본능적으로 열대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이 시국을 어서 벗어나고픈 잠재된 욕구인지 알 길 없어도, 달콤하고 고소한 양념이 범벅된 면 위에 고추 식초와 피쉬소스를 뿌려 입안에 넣고 싶은 욕망이 잠들지 않는다. 평소라면 근처 상가에서 가볍게 한 접시 후딱 해치울 수도 있었을텐데…….

후~! 불가능한 일은 불가능의 영역에 남겨 놓자. 대신 태국 여행에서 만났던 인상 깊었던 팟타이 가게에 대해 정리하고픈 욕구가 치밀었다. 그림의 떡이라 했던가? 그렇다, 이 포스팅은 그림의 팟타이 두 번째 이야기다.


스완나품국제공항 출국장 카페테리아에서 판매하는 팟타이의 사진으로 꽤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태국의 맛을 음미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들러야할 곳이다.

팟타이만큼 대중화된 음식

지난 포스팅에서 팁싸마이(Thipsamai)를 다루며 팟타이가 태국의 국민음식이 된 경위를 살짝 짚어봤다. 부언하자면, 1940년대 '태국인은 태국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민족주의 정책으로 팟타이가 대중화될 수 있었다.

태국 어딜 가나 쉬이 팟타이를 찾을 수 있으니 분명 대중음식인 것은 사실인데, 3주 남짓 태국 현지인들과 생활해 본 경험으로는 되려 간장 양념을 넣어 볶은 넓은 면요리인 '팟씨유(Pad See Ew, ผัดซีอิ๊ว)'를 비롯해, 쌀(Khao, ข้าว)밥 위에 주재료를 얹은 음식 부류인 돼지 족발 덮밥 '카오카무(Khao Kha Mu, ข้าวขาหมู)', 닭고기 덮밥 '카오만까이(Khao Man Gai, ข้าวมันไก่), 계란을 뛰기듯 부쳐 밥 위에 덮은 태국식 오므라이스 '카우카이찌어우(Khao Kai Jeaw, ข้าวไข่เจียว)' 등과 볶음밥인 '카오팟(Khao Phat, ข้าวผัด, 얹는 재료에 따라 음식명이 바뀜)'을 더 자주 먹었다. 태국 친구들이 한국인에게 자신들의 음식문화를 소개해 주고 싶어 매번 다른 메뉴를 시켜줬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팟타이를 먹는 횟수는 적었다.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위 왼쪽 사진부터 ⓒ Takeaway, Wikimedia / ⓒ Takeaway, Wikimedia / 
ⓒ chadarat sangnin, Pixabay
아래 왼쪽 사진부터 ⓒ Jonathan Valencia, Pixabay / ⓒ HAVE A ZEED / 
ⓒ HAVE A ZEED

그렇다 하더라도 팟타이가 저들에게 밀리는 건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 김밥·순대·떡볶이·어묵, 혹은 계란빵, 토스트처럼 길거리나 상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이 팟타이 말고도 다양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게다가 음식에 나라 이름을 쓴 건 이들 중에 팟타이가 유일하니 진정한 국민음식임에는 분명하다. 다른 음식들이야말로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만날 수 있기도 하고…….

국민음식 팟타이, 카페에서도 맛볼 수 있어

아무리 떡볶이가 국민음식이라도 커피 전문점에서 만날 수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떡볶이 가게에서 커피는 마실 수 있겠다?), 팟타이를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투썸플레이스에서 냉면을 파는 격이다!

바로 블랙캐년(Black Canyon)의 시암 소사이어티(สยามสมาคม, The Siam Society) 지점으로 BTS 스쿰윗라인 아속역과 MRT 블루라인 스쿰윗역으로 향하다 보면 풀만 방콕 그랜드 호텔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라 여러 곳에 지점이 있고, 홈페이지를 검색하면 머무는 곳에서 가까운 매장을 찾을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쪽에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블랙캐년은 커피와 음료도 수준급이지만, 음료 메뉴와 함께 건네지는 음식 메뉴판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요깃거리를 제공한다. 맛집 탐방이 불편하고 불필요한 이들에게 블랙캐년 메뉴판 깨기를 추천한다. 어느새 식도락 여행을 즐기고 있을 테다.

 

① 블랙캐년은 로부스터 원두와 분말커피를 첨가해 독특한 열대맛을 낸다. 커피에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수십 가지 종류의 메뉴가 파생되니, 블랙캐년 파먹기만 해도 식도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② 짱짱한 냉방으로 내부는 냉장고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일본인타운과 아속역 사이에 쉴만한 가게가 없어 걷다 더위를 피해 들르기에 적합한 위치다.
③ 다양한 커피를 가지각색으로 담는 방식도 꽤 세련되다. 아이스 커피인데 어김없이 분말커피를 올려준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강렬하게 쓴 커피맛이 익숙했는데, 한참 생각해 보니 발리에서 자주 방문했던 곳이었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다.
④ 150바트 남짓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팟타이지만 간식에 가깝게 양은 적은 편이다. 커피매장에서 팟타이를 조리하는 광경을 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다. 블랙캐년은 샌드위치를 비롯해 파스타, 톰양쿵 등 동서양을 두루 걸쳐 다양한 요리를 제공한다.

강남 맛집, 호이텃 차우래

팁싸마이가 방콕시청 근처의 구시가지에 위치해 있다면 호이텃 차우래(Hoi-Tod Chaw-Lae Restaurant, หอยทอดชาวเล) 식당은 방콕의 강남격인 통로에 위치해 있다. 고로 호이텃 차우래 식당은 강남 맛집이라 쳐도 무방하다. BTS 스쿰윗 라인 통로역 부근에 위워크를 비롯해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곤 있지만 '본격' 강남은 아니다. 이 식당을 지나 통로대로로 나아가야 고급 식당과 쇼핑몰, 클럽 등이 나타난다. 이 가게의 주변 분위기만 놓고 보면 압구정 성당으로 향하는 압구정역 뒷길 부근과 비슷한 느낌이다.

가게 이름을 구글 번역기로 해석하면 홍합을 뜻하는 '호이(หอย)'와 튀김이라는 의미의 '텃(ทอด)', 인명인 듯한 '차오레이(ชาวเล)'의 합성어로 분석된다. 차오레이씨가 운영하는 홍합 튀김 가게 즈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가게의 조리법이 가지가지 해산물을 달걀과 찹쌀가루에 섞어 바삭하게 튀기듯 부쳐내는 것이니까(특히 굴!). 제공하는 메뉴는 홍합을 튀기듯 부쳐낸 호이텃(Hoi-Tod), 모듬해물을 부친 씨푸드텃(Seafood-Tod) 등 전에 가까운 튀긴 요리가 있고, 팟타이는 새우와 모듬해물 중 선택할 수 있다. 팟타이가 튀김 요리보다 비싼 편이고, 150바트(5,500원) 남짓이다.

 

① 새우를 고명으로 얹은 팟타이다. 큼직한 새우도 먹음직스럽지만 그 주변에 얇고 바삭하게 튀겨져 누른 찹쌀 반죽은 고소한 풍미를 배로 끌어올린다. 몇 젓가락 들다 보면 바닥이 드러날 정도의 적은 양이고, 검은 접시가 반짝일만큼 기름범벅이지만 방콕에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식당 중 하나다.
② 모듬해물을 고명으로 얹었다. 역시 신선한 해물 사이사이 계란물과 찹쌀반죽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끌어올린다.
③ 새우 팟타이와 굴전이다. 굴전은 숙주와 함께 제공된다. 기름진 음식과 톡 쏘는 탄산이 백미인 맥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조합이다. 게다가 뜨거운 안주와 차가운 술의 조합 역시 꽤 열대와 어울리는 조합이다.
④ 굴전을 접사로 찍었다. 대표 메뉴인 호이텃을 먹어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회사 근처 백반집이 최고지

강남 맛집이라 썼는데 이 가게는 외부와 내부에 모두 특출난 게 없다. 팁싸마이보다 허름하고 딱히 인테리어랄 것 없는 공간이다. 회사 근처 반찬 잘 하는 백반집이 다 그렇듯 음식 외엔 볼 게 없다. 그래서 난 이 집이 좋다. 부담없이 후딱 한끼를 해결할 수 있잖은가!

CNN 맛집이라 알려져 있는데 정작 기사를 찾을 수는 없었다. 나 역시 블로거들의 포스팅 덕에 알게된 곳이나 CNN 맛집이 아닌들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일까. 사진만 봐도 고소하게 튀겨 누른 찹쌀 반죽과 계란의 맛과 향, 씹을 때의 소리와 식감까지 몸이 알아서 재현하는데, 이제 이 맛이 팟타이의 기준이 되어버렸는데…….

 

① 입구에서 홀로 들어서다 보면 정중앙에 불상을 모셨고 주변에 옥이며 갖은 보화로 치장했다. 동남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승불교가 주인 태국의 기복적 불교관을 잘 보여준다.
② 메뉴와 신문기사를 벽면에 붙였다. 정돈되지 않은 백반집처럼 어수선하지만 또 그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편하게 넥타이 풀고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니까.

끝.

그림의 팟타이 그림의 팟타이 上편 보러 가기

그림의 팟타이 上 - 팁싸마이

 

그림의 팟타이 上 - 팁싸마이

한파에 추억하는 열대의 맛 날이 추우니 팟타이가 당긴다. 몸이 본능적으로 열대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이 시국을 어서 벗어나고픈 잠재된 욕구인지 알 길 없어도, 달콤하고 고소한 양념이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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